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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
김영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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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 |
2002-03-08 오후 8:31:4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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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 |
26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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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럽 최장 노동시간…영국은 일 중독자의 나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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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망대]유럽 최장 노동시간…영국은 일 중독자의 나라?
김창남 교수의 영국통신⑪/6명중 1명이 週48시간 노동…全노동자 평균 근로시간 47.5시간인 한국 비하면 천국
글 김창남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지난 2월 4일자 가디언(Guardian)지에 흥미로운 기사 하나가 실렸다. ‘영국은 여전히 일 중독자의 나라’라는 제목이 붙은 이 기사에 따르면 영국 노동자 6명 가운데 한 명이 주당 48시간이 넘는 노동을 하고 있다고 한다. 주당 48시간 이상의 노동을 하는 노동자의 수는 약 4백만명이며, 이는 92년에 비해 35만명 가량 늘어난 것이다.
주당 노동시간이 48시간을 넘지 못하도록 한 EU의 규정이 영국에서 입법화된 98년 이후에도 노동시간의 증가가 계속되고 있으며, 영국은 EU 국가들 가운데 개별 노동자들이 동의할 경우 노동시간을 연장할 수 있는 조항을 가진 유일한 나라라고 한다. TUC(영국 노동조합회의) 위원장이 이에 대해 “영국의 장시간 노동문화는 국가적인 수치”라고 말했다는 내용도 곁들여 있다.
주중에 서버 교체하는 영국, 그 반대인 한국
이 기사를 읽으며 씁쓸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이 사람들에게 6명 가운데 한 명이 아니라 노동자 전체의 평균 주당 노동시간이 47시간 30분(2000년 집계)에 달하는 한국의 사정을 이야기하면 어떤 표정을 지을까. 주5일 근무제를 추진하려는 정부의 최근 노력이 정치권과 재계, 그리고 보수 기독교계의 반발에 밀려 난항을 겪고 있다는 이야기를 하면 또 어떤 표정을 지을까.
영국이 유럽에서 가장 노동시간이 긴 나라라고 하지만, 사실 한국의 습속에 젖은 내 처지에서 보면 영국인 대부분은 절대 규정시간을 넘겨 일하지 않으며 철저하게 자신의 시간을 챙기는 사람들로 느껴진다.두 달쯤 전 우리 집 화장실의 욕조와 변기를 교체하는 작업을 한 적이 있다. 수리업체에서 나온 노동자 두 사람이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닷새 동안 매일 우리 집에 출퇴근하며 작업을 했다.
한국 같으면 하루 이틀 집중적으로 작업해서 끝내버릴 법한 일이지만 이들은 매일 5시만 되면 어김없이 공구를 챙겨 돌아갔고, 다음날 아침 다시 일을 시작하곤 했다. 금요일 저녁 무렵에는 거의 모든 작업이 끝나고 단 한 군데, 욕조의 한쪽 면만 받침대로 막으면 완벽하게 끝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이들은 어김없이 공구를 챙겼고 내가 “이거 마저 끝내지 않나요?”라고 묻자 일 할 시간이 끝났으며 나머지 작업은 월요일에 와서 마저 끝내겠다고 하는 것이다. 나로서는 어이가 없는 일이었지만, 이들에게는 근무시간을 정확히 지키는 것이 당연한 권리인 것을 어쩌겠는가.
한국의 대학에서는 컴퓨터의 서버를 교체한다거나 하는 작업은 대개 학교에 사람들이 나오지 않는 주말을 이용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영국은 다르다. 주중에 며칠씩 인터넷 접속이 안 되는 일이 있어 알아보면 대개 서버를 교체한다거나 하는 작업이 진행 중이다. 한국처럼 그런 일은 주말에 하고 주중에는 불편이 없도록 해야 할 것 아닌가 하는 불만이 생기지만 이는 지극히 한국적인 사고방식일 뿐이다. 따지고 보면 나의 불편을 없애야 한다는 그 발상 속에는 그 일을 하는 노동자의 주말 시간을 내 편리에 따라 마음대로 써먹을 수 있다는 사고가 자리잡고 있는 것 아닌가.
노동자의 여가시간이 문화산업의 기반
영국의 여름은 낮이 매우 길어서 한국이라면 한밤중에 해당하는 오후 8시나 9시에도 해가 떠있는 날이 많다. 집에서 좀 떨어진 곳을 당일치기로 관광하기에 더 할 나위 없이 좋은 계절인 셈이다. 그러나 이런 곳에서도 저녁 5시를 넘기면 거의 모든 박물관, 모든 가게들이 문을 닫기 때문에 기념품 하나 사기도 쉽지 않다.
유럽 최장의 노동 시간이라는 ‘불명예’에 걸맞게 그나마 유럽의 다른 나라들보다는 나은 편이지만, 평상시에도 저녁시간이 넘으면 담배 한 갑, 맥주 한 캔을 사는 것도 만만한 일이 아니다. 아무리 한밤중이라도 전화 한 통화면 자장면이건 족발이건 쉽게 사 먹을 수 있는 한국의 풍토에서 살던 내게 이는 적지 않은 불편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역시 따지고 보면 아무 때나 군것질하고 술을 마실 수 있는 나의 편리가 곧 세계 최장의 노동시간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 아닌가.
하루 근무시간을 ‘칼 같이’ 지키고 남는 시간과 공휴일인 토요일과 일요일 주말 시간대에 영국인들이 무엇을 하며 지내는가를 보면 이른바 삶의 질의 차이가 어떤 것인지를 느낄 수 있다. 영국에서 내가 놀란 것 가운데 하나가 주말만 되면 어디를 가든 주차장이 가득 차 있다는 사실이다. 헬스센터를 가도, 놀이공원을 가도, 극장을 가도, 대형 쇼핑몰을 가도 늘 주차장이 가득 메워져 있다.
도대체 이 많은 사람들이 다 어디서 왔으며 어디에 들어가 있는가 하는 의문이 생길 정도다. 물론 이들은 모두 자기가 좋아하는 방식으로 여가를 즐기고 있는 것이다. 영국에서 축구가 엄청난 대중적 인기를 누리는 거대 문화산업으로 성장하게 된 것도 산업화 과정을 겪으며 점차 노동 시간이 단축되고 여가시간이 확장된 때문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이다.
이쯤 되면 노동시간 단축의 긍정적 효과는 경제적인 차원에서도 충분히 입증된다. 노동자의 여가는 단지 일을 쉬고 노는 시간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또 다른 소비와 산업의 영역을 의미한다.
세계적 권위지로 알려진 파이낸셜 타임즈(Financial Times) 2월 8일자는 이례적이다 싶을 만큼 넓은 지면을 할애해 한국의 문화산업을 소개하고 있다. 한국의 대중음악과 TV 드라마, 영화가 아시아 시장에서 엄청난 인기를 모으고 있으며 미래의 산업적 전망이 매우 밝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이 기사에는 한국 문화산업의 국제적 성장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중국과 동남아의 해적판 시장 문제 등을 거론하고 있지만, 내가 보기에 가장 결정적인 장애 요인을 빼놓고 있다. 그것은 바로 세계적인 기록을 수십 년 유지하고 있는 한국의 노동시간이다.
한국의 문화산업이 성장하고 국제화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국내의 산업적 기반이 탄탄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기 위해 우선 필요한 것이 노동시간의 단축이다. 여가시간이 많아져야 극장이든 공연장이든 갈 수 있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다수의 노동자 대중이 장시간 노동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 한국 영화이건 대중음악이건 그 산업으로서의 미래는 결코 장밋빛일 수 없으며, 최근의 이른바 한류(韓流) 현상도 결코 오래갈 수 없다.
이른바 굴뚝 산업이 퇴조하고 문화와 정보에 기반한 지식 기반 산업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식의 이야기는 누구나 하면서 바로 그 지식 기반 산업의 토대를 이루는 대중의 문화와 정보력을 늘이기 위해서 과거 굴뚝산업 시대의 노동 개념과 노동 통제의 틀이 근원적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당연한 사실에 대해서는 침묵하거나 심지어 목소리를 높여 반대하는 것은 이율배반이다.
그런 점에서 주5일 근무제를 반대하는 재계와 보수 정치권의 논리는 대단히 반 노동자적일 뿐 아니라 지극히 반 국가 경제적이기조차 하다. 하물며 주5일 근무제 주장을 두고 사회주의적 발상이라는 비난마저 나오는 것을 보면 기가 찰 노릇이다. 아무 데나 빨간 색 덧칠만 하면 이긴다는 그 단세포적 사고는 언제쯤이나 사라질까.
입력날짜 2002.03.04
출처 : http://www.iweekly.co.kr/newarticles/articles.asp?repodate=20020304151035&locdir=cult&returnurl=NewArticles/Articles.asp?RepoDate=20020304151035@locdir=cult&tsk=20010523 san diego payday loans car loan valu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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